친환경, 소통, 지역경제를 먼저 생각하는 여행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인기처럼 소통을 중요시하는 요즘 시대에 여행의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놀이와 볼거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 대신 마음의 여유를 갖고 현지인과 소통하며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 그것이다.

이른바 '착한 여행'이라 불리는 '공정여행'은 여행에서 소통과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새로운 여행 트렌드다.

현지의 문화를 같이 즐기고 자연을 먼저 생각하는 공정여행, 어렵게 생각할 수 있지만 알고 보면 간단하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지난 주말 경기도 양주의 농촌마을로 공정여행을 떠났다.

공정여행의 첫 번째 포인트는 친자연적이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자동차 대신 전철과 자전거를 이용했다. 1호선 동두천중앙역에서 내려 자전거를 타고 봄바람을 맞으며 달렸다. 언덕을 오르며 흘린 땀은 내리막에서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4월의 푸른 산야를 지나 도착한 곳은 황방리의 초록지기마을이다. 이 마을은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어르신들이 직접 짚공예, 가훈 쓰기와 같은 체험을 해줘 학생과 가족이 많이 찾는 곳이다.

공정여행의 두 번째 포인트는 현지인과의 소통이다. 이장님께 부탁해 마을주민 원민희(49)씨의 도움을 받아 함께 마을을 둘러봤다.

한적한 농촌의 여유가 묻어있는 마을의 생태호수, 산림욕장, 850년 된 느티나무를 지나며 원씨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마을이 자연 그대로 보존돼있어 좋다고 하자 원씨는 "논에 우렁이를 이용해 농사도 짓고 밭에도 최소한의 농약만 사용하기 때문에 주변 환경도 건강해요."라고 말했다.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원씨가 "요즘 농사짓는 사람이 없어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에요."라고 했다. 이에 잠시 농사 현장에 들려 일손을 돕기로 했다.

처음으로 맡은 일은 느타리버섯이 자랄 나무를 하우스에 심는 일이다. 두 팔을 걷고 군 제대 후 처음으로 삽을 잡았다. 요령은 없지만 젊은 혈기로 땅을 파 나무를 하나하나 심자 어느 정도 모양새가 났다. 작업을 마치고 땀을 닦는데 원씨가 "젊은 사람이 그것하고 벌써 땀을 흘리면 어떡해요? 이왕 하는 거 더 도와줘요."라며 너털웃음을 보였다. 처음에는 조금 힘들었지만 일하는 재미가 붙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비교적 간단한 밭에 잡초를 제거하는 작업이다. 호미를 들고 쭈그리고 앉아 풀을 뽑았다. 농촌의 일손도 돕고 향긋한 흙냄새도 맡으니 바쁘게만 살아온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를 느낄 수 있었다.

일을 마친 후 원 씨는 고맙다며 재밌는 체험을 시켜주겠다고 했다. 원씨는 꽃으로 손수건 탁본을 만들어 주겠다며 마을 곳곳에 난 꽃과 잎을 몇 개 따서 마을회관으로 갔다. 꽃과 잎을 정렬시키고 그 위에 흰 손수건을 올려 숟가락으로 톡톡 두드리자 화사한 꽃 모양 손수건이 완성됐다.

마을에는 탁본 이외에 약간의 참가비만 내면 여럿이서 즐기는 체험들이 많다. 공정여행의 세 번째로 중요한 것은 지역 경제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정 비용을 내고 짚공예 체험을 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짚을 만지는 어르신의 동작을 따라서 귀여운 만두인형을 완성했다.

다음으로 이 마을에서 재배된 콩을 맷돌로 갈아 두부로 만드는 체험을 했다. 맷돌을 처음 접해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원씨의 도움을 받아 돌리자 걸쭉한 두부 재료가 완성됐다.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완성된 두부는 친환경적인 콩과 맷돌을 이용해 만들어서 그런지 더 고소하고 담백했다.

날이 어두워져 마을에서 민박을 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정겨운 시골 인심도 느끼고 뜨끈한 구들장에 몸을 맡기며 호텔이나 펜션보다 더 포근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음날 자전거로 잠시 마을 주변을 둘러보던 중 인근의 허브 농장인 '허브힐‘을 찾았다. 이곳의 허브는 직접 씨를 뿌려 키웠다고 한다.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린 허브 정원을 앞에 두고 향긋한 허브차를 마시며 천천히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차를 마신 후 허브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상점에서 마음에 드는 '레몬그라스'라는 허브차와 천연허브비누를 샀다. 주인이 직접 키우고 만든 제품이라 더 믿음이 갔다.

초록지기마을로 다시 돌아와 친절히 안내를 해준 원씨에게 천연허브비누를 선물했다. 원씨는 오랜만에 받은 선물이 고마운지 크게 웃으며 즐거워했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공정여행에서 중요시하는 것들을 직접 실천하니 보고 즐기기만 했던 기존 여행보다 깊은 여운이 남았다. 조금은 고생됐고 비용도 들었지만 분명 이 지역에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난 경기 북부에 또 다른 공정여행지를 찾고 있다. 그 지역은 비교적 대중교통이 잘 돼 있고 자연보존 상태도 우수하다. 특히 마을마다 이야기를 간진한 곳이 많다. 이런 곳은 공정여행의 즐거움을 한층 높여준다.

출처 : 조선닷컴 미디어취재팀 media@chosun.com